부재설계
전이보 — 기둥을 받아내는 보가 그렇게 큰 이유
아파트 저층에 필로티 주차장이나 상가를 넣으면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위층의 벽과 기둥이 서 있을 자리가 아래층에 없습니다.
위에서 내려온 힘을 받아서 옆으로 날라 아래 기둥에 넘겨주는 부재 — 그것이 전이보(트랜스퍼 거더)입니다. 그리고 이 보는 여러분이 아는 보 중 가장 큽니다. 왜 그렇게 커야 하는지 계산으로 보겠습니다.
하중 흐름이 꺾이는 자리
벽 벽 벽 벽 벽 ← 상부 벽식 (하중이 벽을 타고 분산되어 내려옴)
║ ║ ║ ║ ║
━━━━━━━━━━━━━ ← 전이보: 분산된 하중을 모아서
█ █ 집중된 기둥으로 넘김
█ 필로티 █
█ █
구조에서 하중 경로가 연속으로 내려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전이구조는 그 경로를 의도적으로 꺾는 것이고, 꺾이는 자리에는 반드시 대가가 있습니다.
대가를 계산해 봅니다
상부: 15개 층, 층당 벽 선하중 180 kN/m (계수)
전이보 경간 L = 10 m, 하부 기둥이 양단 지지
전이보에 실리는 등가 등분포하중:
wu = 180 × 15 = 2,700 kN/m
미터당 2,700 kN. 일반 보(RC 보 휨설계 예제)의 하중이 수십 kN/m였으니 백 배 수준입니다.
Mu = wu L²/8 = 2,700 × 100/8 = 33,750 kN·m
Vu = wu L/2 = 2,700 × 5 = 13,500 kN
이 모멘트를 받으려면 단면이 얼마나 필요한가. 폭 800mm, SD500으로 개략 잡아보면:
소요 As ≈ Mu / (φ·fy·0.8h) 로 어림하여
h = 2.0 m → As ≈ 33,750×10⁶/(0.85×500×1,600) ≈ 49,600 mm²
→ D32 (794mm²) × 63본 …배근 불가 수준
h = 3.0 m → As ≈ 33,100 mm² → D32 × 42본 …여전히 다단 배근
춤 3m를 줘도 D32 40여 본입니다. 전이보가 한 층 높이를 통째로 차지하는 이유, 전이층의 층고가 따로 노는 이유가 이 숫자입니다.
그리고 전단이 진짜 문제입니다.
h=3.0m, d≈2.8m 기준 전단 상한 (콘크리트 스트럿 한계)
φ(2/3)√fck·bw·d = 0.75 × 3.46 × 800 × 2,800 ≈ 5,820 kN (fck 27)
Vu = 13,500 kN → 상한의 2.3배
스터럽을 아무리 넣어도 안 됩니다(RC 전단설계의 상한). 폭을 키우거나, fck를 올리거나, 그래도 안 되면 경간을 줄이는(기둥 추가) 계획 협의로 돌아가야 합니다. 전이보 설계가 구조-건축 협의 문제인 이유입니다.
이 보는 사실 깊은보입니다
h = 3.0 m, L = 10 m → L/h = 3.3
집중 반력(하부 기둥)과 집중 하중(상부 기둥이 있는 경우)이 지배
ln/h ≤ 4 — 깊은보의 영역입니다. 상부 기둥이 전이보 위 특정 지점에 얹히는 경우라면 더 명확하게 스트럿-타이 거동을 합니다.
↓ 상부 기둥
┌──●──────┐
│ ╱ ╲ │ 하중점 → 지점으로 압축 스트럿 직행
│╱ ╲ │ 하부는 전 길이 균등 인장 타이
●─────╲───●
▲ ╲ ▲
실무 귀결이 두 가지입니다.
① 하부 주철근은 전 길이 연속 + 단부 완전 정착
(타이는 줄이면 안 된다 — 깊은보 편의 그 원칙)
② 수평·수직 격자 보강근 (스트럿 쪼개짐 제어)
수십 본의 D32를 단부에서 정착하는 문제가 다시 나옵니다. 독립기초와 깊은보에서 본 정착 지배 문제의 최대 규모 버전 — 기계식 정착(확대머리)과 정착판이 사실상 표준이 되는 이유입니다.
왜 위험한 구조로 분류되는가
전이구조는 두 가지 관점에서 특별 관리 대상입니다.
① 대체 경로가 없습니다
일반 골조 기둥 하나가 손상 → 이웃 부재로 하중 재분배 여지
전이보 전이보 하나가 손상 → 위 15개 층 전부가 경로를 잃음
무량판 펀칭의 연쇄붕괴가 “옆으로 번지는” 유형이라면, 전이구조는 “위 전체가 한 부재에 매달린” 유형입니다. 한 부재의 중요도가 극단적으로 높아, 이런 부재를 핵심 부재(key element)로 지정해 하중계수·상세를 상향하는 접근이 쓰입니다.
② 강성의 단차 — 지진의 급소
상부 벽식 (강성 큼)
━━━━━━━━━━━━ ← 전이층
하부 필로티 (강성 작음)
강성이 갑자기 약해지는 층에 지진 변형이 집중됩니다. 강기둥 약보에서 본 연층(soft story) 붕괴의 전형이 필로티 + 전이구조 조합입니다. 그래서:
· 하부 기둥은 전단·휨 여유와 조밀 후프 (연성 확보)
· 전이층 상하 강성비 검토, 필요시 코어·벽 연속으로 보완
· 전이보-기둥 절점은 [내진상세]의 접합부 검토 대상
지진 검토에서 전이 하부 기둥의 축력은 P-M 상관도에서 다룬 “축력 변동” 문제가 극대화된 상태입니다 — 지진 전도모멘트가 전이보를 통해 양단 기둥의 축력을 크게 흔듭니다.
시공 단계가 하중을 정합니다
전이보 위 15개 층은 한 번에 생기지 않습니다.
전이보 타설·양생 → 동바리 존치한 채 상부 골조 축조 → 동바리 해체
동바리를 언제 빼느냐에 따라 전이보가 받는 하중 이력이 달라집니다.
조기 해체 이후 축조되는 층의 하중을 전이보가 순차적으로 받음
→ 층별 탄성 처짐이 누적되며 상부 벽에 균열 위험
존치 연장 동바리(와 하부 지반)가 상당 하중을 분담하다가
해체 순간 전이보로 일시 전이
거푸집 존치기간의 다층 동바리 문제가 규모를 키워 재등장합니다. 전이보의 처짐은 그 위 벽식 구조의 강제 변형이 되므로, 처짐 관리가 일반 보(처짐과 사용성)보다 훨씬 엄격해야 합니다 — 벽은 각변위에 예민한 취성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매스콘크리트 문제도 겹칩니다. 춤 3m 부재는 수화열 관리 대상입니다. 다음 글(매스콘크리트)의 주제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틀리는 지점
일반 보 이론으로만 설계하는 경우
L/h가 4 이하로 내려가면 깊은보입니다. 스트럿-타이 검토와 격자 보강, 타이 연속·정착 원칙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전단 상한 확인을 뒤로 미루는 경우
예제처럼 상한의 2배를 넘으면 배근으로 해결이 안 됩니다. 단면 크기·경간(기둥 배치)은 초기 계획 단계 협의 사항입니다.
상부 벽을 하중으로만 보는 경우
춤이 큰 전이보 위에 벽이 일체로 서면 벽이 웨브처럼 함께 거동(벽보 작용)해 실제 응력 분포가 달라집니다.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지만, 개구부가 있으면 그 주변에 응력이 집중됩니다. 벽의 개구부 배치까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처짐을 강도 검토 뒤에 확인하는 경우
전이보 처짐은 상부 벽식 전체의 부등침하와 같습니다. 각변위 기준으로 보면 허용치가 매우 작아, 처짐이 단면을 정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동바리 해체 계획 없이 골조를 올리는 경우
해체 시점·순서가 전이보의 하중 이력과 상부 벽 균열을 정합니다. 구조 검토가 첨부된 해체 계획이 필요합니다.
하부 기둥을 일반 기둥으로 배근하는 경우
전이 하부 기둥은 축력이 크고 지진 시 변동 폭도 큽니다. 연층 방지를 위한 조밀 후프와 접합부 상세는 내진상세 수준이 기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전이슬래브와 전이보 중 뭐가 낫나요?
전이슬래브(두꺼운 평판으로 전이)는 벽 배치 자유도가 높고 거푸집이 단순하지만, 하중 흐름이 불명확해 해석·배근이 어렵고 물량이 큽니다. 전이보는 흐름이 명확한 대신 상하부 벽·기둥 위치가 보 선상에 정렬되어야 합니다. 상부 벽 배치의 규칙성이 선택을 가릅니다.
철골 전이보는 어떤가요?
춤 대비 강도가 좋아 층고에 유리하고 자중이 작습니다. 대신 처짐·진동 검토가 지배하기 쉽고, 접합부와 내화 피복이 비용 요인입니다. RC 골조 속 철골 전이보는 접합 디테일이 관건입니다.
프리스트레스를 걸 수 있나요?
효과적입니다. PSC의 상향력이 전이보의 큰 고정하중을 상쇄해 처짐·균열 관리에 특히 유리합니다. 다만 긴장 시점의 상부 하중 상태(몇 개 층까지 올라갔는지)와 손실 산정이 일반 부재보다 복잡해집니다 — 하중이 단계적으로 늘어나는 부재라서입니다.
필로티 건물이 지진에 약하다는 말이 전이구조 때문인가요?
정확히는 “강성 단차 + 하부 기둥의 연성 부족” 때문입니다. 전이구조는 그 단차를 만드는 전형적 원인입니다. 전이 자체가 금지 대상은 아니고, 단차를 완화(벽 일부 연속, 코어 연속)하고 하부 기둥에 연성 상세를 주는 것이 설계의 핵심입니다.
리모델링에서 벽을 철거하면 왜 문제가 되나요?
벽식 구조의 벽은 전부 하중 경로입니다. 벽 하나를 빼면 그 위 전 층의 하중이 경로를 잃어, 사실상 그 자리에 전이보를 신설하는 문제가 됩니다. “비내력벽 확인”이 리모델링 구조 검토의 첫 단추인 이유입니다.
정리
- 전이보는 하중 경로가 꺾이는 자리입니다. 예제에서 wu 2,700 kN/m, Mu 33,750 kN·m — 일반 보의 백 배 규모입니다.
- 춤 3m에도 D32 40여 본, 전단은 상한의 2.3배 — 배근이 아니라 계획(단면·기둥 배치)의 문제가 됩니다.
- L/h로 보면 깊은보입니다. 하부 타이 전 길이 연속·완전 정착, 격자 보강이 원칙입니다.
- 대체 경로가 없는 핵심 부재입니다. 위 전체가 한 부재에 매달려 있습니다.
- 필로티+전이의 강성 단차는 연층 붕괴의 전형입니다. 하부 기둥의 연성 상세가 생명입니다.
- 동바리 해체 계획이 하중 이력을 정합니다. 처짐은 상부 벽의 강제 변형이므로 일반 보보다 훨씬 엄격하게 관리합니다.
깊은보 해석은 깊은보와 스트럿-타이 모델, 전단 상한은 RC 전단설계, 연층과 내진 상세는 내진상세와 강기둥 약보, 연쇄붕괴의 다른 유형은 무량판 뚫림전단, 동바리 하중 전이는 거푸집 존치기간과 동바리에 정리해 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