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설계

내진상세와 강기둥 약보 — 어디서 항복시킬지 설계자가 정합니다

지진하중과 내진설계 개요에서 반응수정계수 R로 지진력을 나눠 설계한다고 했습니다. R = 5면 탄성 지진력의 1/5로 설계합니다.

나머지 4/5는 어디로 갔을까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구조물이 소성변형으로 흡수한다는 전제입니다.

그 전제가 성립하려면 구조물이 실제로 그만큼 변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진상세는 그 능력을 만들어 넣는 작업입니다.

어디서 항복하느냐가 전부입니다

지진이 오면 어딘가는 항복합니다. 그건 설계된 결과입니다. 문제는 어디가 항복하느냐입니다.

[보에서 항복 - 좋음]              [기둥에서 항복 - 나쁨]

  ┌──●────●──┐                    ┌──────────┐
  │          │                    │          │
  ├──●────●──┤                    ●          ●   ← 한 층 기둥이
  │          │                    │          │      모두 항복
  ├──●────●──┤                    ├──────────┤
  │          │                    │          │
 ─┴──────────┴─                  ─┴──────────┴─

 힌지가 여러 층에 분산            한 층에 변형이 집중
 골조 전체가 에너지 소산          그 층만 무너짐 (연층 붕괴)

기둥은 위층 전체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한 층의 기둥이 항복하면 그 층이 주저앉고, 위층은 그대로 내려옵니다. 보가 항복하면 그 보만 손상되고 건물은 서 있습니다.

그래서 보가 먼저 항복하도록 강제합니다. 이것이 강기둥 약보(Strong Column - Weak Beam)입니다.

강기둥 약보 조건

Σ Mnc  ≥  1.2 × Σ Mnb

Mnc : 절점에 모이는 기둥의 휨강도 (위·아래)
Mnb : 절점에 모이는 보의 휨강도 (좌·우)

기둥이 보보다 20% 이상 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앞선 예제로 검토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쓴 부재를 그대로 씁니다.

보   400 × 600,  D22 4본     →  Mn = 309.2 kN·m   (휨설계 편)
기둥 500 × 500,  6-D22                            (P-M 상관도 편)
절점에 보가 좌우로 붙어 있으면

Σ Mnb = 2 × 309.2 = 618.4 kN·m

필요 기둥 강도
Σ Mnc ≥ 1.2 × 618.4 = 742.1 kN·m

기둥 하나당 (위·아래 2개)
  742.1 / 2 = 371.0 kN·m 이상

기둥의 실제 휨강도는 축력에 따라 달라집니다. P-M 상관도에서 Pu = 1,800 kN일 때 값을 가져오면 이렇게 됩니다.

φMn ≈ 238 kN·m   →   Mn = 238 / 0.65 ≈ 366 kN·m

Σ Mnc = 2 × 366 = 732 kN·m
732  <  742.1      ✕  약 1.3% 부족

아슬아슬하게 불합격입니다. 기둥 주철근을 늘리거나 단면을 키워야 합니다.

여기서 P-M 상관도의 논점이 다시 등장합니다. Mnc는 축력에 따라 변하고, 축력이 균형점 아래로 내려가면 함께 줄어듭니다. 강기둥 약보 검토는 축력이 가장 작아지는 조합에서 해야 합니다. Pu = 1,800이 아니라 0.9D − 1.0E 조합의 축력으로 확인하면 결과가 더 나빠집니다.

왜 하필 1.2인가

보의 실제 강도가 계산값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 철근의 실제 항복강도가 규격 최솟값보다 큼
· 변형경화로 항복 후에도 강도가 더 올라감
· 슬래브 철근이 보의 인장철근으로 함께 작용

특히 마지막 항목이 큽니다. 보 상부가 슬래브와 일체로 타설되면, 부모멘트를 받을 때 슬래브 내 철근이 유효폭 범위에서 함께 인장을 받습니다. 계산에 넣지 않은 철근이 보를 강하게 만듭니다.

1.2는 이 여유분을 덮기 위한 값입니다. 그래서 강기둥 약보가 만족되어도 슬래브 철근량이 많으면 실제로는 뒤집힐 수 있습니다.

능력설계 — 전단은 휨에서 역산합니다

내진설계의 핵심 아이디어가 여기 있습니다.

RC 전단설계에서 전단파괴는 예고가 없다고 했습니다. 연성 거동을 기대하려면 전단파괴가 절대 먼저 오면 안 됩니다.

그런데 지진력의 크기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예상보다 큰 지진이 오면 해석으로 구한 전단력도 커집니다.

발상을 뒤집습니다.

[일반 설계]  하중 → 전단력 → 스터럽

[능력설계]  보가 낼 수 있는 최대 휨강도
             → 그때 발생하는 전단력
             → 그 전단력에 견디는 스터럽

보의 휨강도에는 상한이 있습니다. 아무리 큰 지진이 와도 보가 낼 수 있는 모멘트는 정해져 있고, 그러면 전단력도 자동으로 상한이 생깁니다.

Ve = (Mpr1 + Mpr2) / ln  +  Vg

Mpr : 확대기대휨강도 (철근이 1.25 fy까지 간다고 가정)
Vg  : 중력하중에 의한 전단력
Mpr ≈ 1.25 × 309.2 = 386.5 kN·m
ln = 6.0 m,  Vg = 90 kN 가정

Ve = (386.5 + 386.5) / 6.0 + 90
   = 128.8 + 90
   = 218.8 kN

이 Ve로 스터럽을 설계합니다. 지진해석에서 나온 전단력이 얼마든 상관없습니다. 보가 그 이상의 전단력을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1.25 fy를 쓰는 것은 철근의 실제 항복강도가 규격값보다 크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입니다. 안전측으로 강도를 올려서 잡습니다. 일반 설계에서 강도를 낮춰 잡는 것과 반대 방향입니다.

“어디가 먼저 항복할지를 설계자가 정한다” — 능력설계를 한 줄로 줄이면 이것입니다.

소성힌지 구간 상세

힌지가 생길 자리를 정했으면, 그 자리가 실제로 크게 변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보 단부                            기둥 단부
 ├── 2h 구간 ──┤                    ├── lo 구간 ──┤
 후프 조밀 배치                      후프 조밀 배치

이 구간에서 요구되는 것들입니다.

항목 내용 이유
후프 간격 조밀하게 심부 구속, 주철근 좌굴 방지
갈고리 135° 필수 피복 탈락 후에도 풀리지 않음
겹침이음 이 구간에 금지 반복 소성변형에서 이음이 먼저 파괴
이음 위치 중앙부로 힌지 구간을 피함

135° 갈고리가 강조되는 이유가 명확합니다. 소성힌지 구간에서는 피복이 떨어져 나갑니다. 90° 갈고리는 피복이 없어지면 그대로 벌어져 후프가 풀립니다. 135°는 심부 콘크리트 안으로 들어가 있어 버팁니다. 연장길이는 철근 표준갈고리 기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겹침이음을 힌지 구간에 두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음부는 반복 소성변형에 취약합니다. 위치 선정은 철근 이음길이(겹침이음)와 철근 가공조립도 읽는 법에서 다뤘습니다.

RC 전단설계에서 “단부를 촘촘히 하는 것은 전단 계산이 아니라 내진 상세 때문”이라고 한 것이 이 규정입니다.

접합부 — 가장 취약한 곳

보와 기둥이 만나는 절점 자체도 검토 대상입니다. 양쪽 보에서 반대 방향 모멘트가 들어오면 접합부에 큰 전단력이 걸립니다.

접합부에서 확인할 것

· 접합부 전단강도
· 보 주철근의 정착 (기둥 폭 안에)
· 접합부 내 후프 배치

독립기초에서 정착이 철근 지름을 제한했던 것과 같은 문제가 여기서도 생깁니다. 기둥 폭이 보 주철근의 정착길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굵은 철근을 쓸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시공이음 위치 선정에서 기둥 시공이음을 접합부 안에 두면 안 된다고 한 이유가 이것입니다. 가장 큰 전단이 걸리는 곳에 결함면을 만드는 셈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틀리는 지점

축력 최대 조합으로만 강기둥 약보를 검토하는 경우

Mnc는 축력이 작아지면 함께 줄어듭니다. 앞의 예제에서 이미 1.3% 부족이었는데, 축력이 작은 조합에서는 더 나빠집니다.

슬래브 철근을 보 강도에 반영하지 않는 경우

부모멘트에서 슬래브 철근이 함께 인장을 받습니다. Mnb가 계산보다 커지고, 그만큼 강기둥 약보 여유가 줄어듭니다.

전단력을 해석 결과로만 정하는 경우

능력설계의 요점은 해석값이 아니라 부재가 낼 수 있는 상한으로 설계한다는 것입니다. 해석 전단력이 작다고 스터럽을 줄이면 전제가 무너집니다.

90° 갈고리를 쓰는 경우

일반 부재에서도 권장되지 않지만 소성힌지 구간에서는 치명적입니다. 피복이 탈락하는 순간 후프가 풀립니다.

소성힌지 구간에 이음을 두는 경우

가공조립도 단계에서 정척 기준으로 이음 위치가 정해지면 이런 일이 생깁니다. 도면에 이음 금지 구간을 명기해야 합니다.

비구조재가 기둥을 짧게 만드는 경우

창문 아래 조적벽이 기둥에 붙으면 기둥의 자유 길이가 짧아집니다. 짧아진 기둥은 강성이 급증해 전단력을 훨씬 많이 끌어가고, 전단파괴합니다. 단주 효과라고 부르며 지진 피해 사진에서 반복해서 나타나는 형태입니다. 구조 계산에 없던 비구조재가 구조 거동을 바꾸는 대표 사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모든 건물에 이 상세가 필요한가요?

내진등급, 지진구역, 사용한 반응수정계수에 따라 요구 수준이 달라집니다. R을 크게 쓸수록 요구되는 연성이 커지고 상세도 엄격해집니다. R을 크게 쓰고 상세를 안 지키는 것이 가장 위험한 조합입니다.

강기둥 약보를 만족하면 기둥은 절대 항복하지 않나요?

보장되지 않습니다. 최하층 기둥 하단은 어차피 힌지가 생기고, 고차 모드 영향이나 슬래브 기여로 예상과 다르게 거동할 수 있습니다. 조건은 확률을 크게 낮추는 장치이지 절대 보증이 아닙니다.

전단벽 구조는 어떻게 다른가요?

전단벽이 지진력 대부분을 받습니다. 벽 하단에 소성힌지를 유도하고 그 구간에 경계요소를 두어 구속합니다. 골조와 논리는 같습니다. 어디서 항복시킬지 정하고 그 자리를 버틸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기존 건물 내진보강은 무엇을 하나요?

강도를 올리거나, 연성을 늘리거나, 지진력 자체를 줄입니다. 철골 브레이스나 전단벽 증설이 첫 번째, 기둥 단면 확대나 탄소섬유 감기가 두 번째, 면진·제진이 세 번째입니다. 단주 효과를 만드는 비구조재를 분리하는 것도 효과가 큽니다.

강구조는요?

원리는 같습니다. 접합부보다 부재가 먼저 항복하도록 하고, 보 단부에 소성힌지를 유도합니다. 용접 접합부의 취성파괴가 특히 문제되어 접합부 상세가 발전해 왔습니다. 모살용접 설계와 고장력볼트 접합에서 다룬 접합 상세가 여기서 중요해집니다.

정리

  • R로 지진력을 나누는 것은 소성변형으로 흡수한다는 전제입니다. 내진상세가 그 전제를 만듭니다.
  • 어디서 항복하느냐가 전부입니다. 기둥이 항복하면 연층 붕괴, 보가 항복하면 국부 손상입니다.
  • ΣMnc ≥ 1.2 ΣMnb. 예제 부재로 검토하니 732 < 742로 근소하게 불합격이었습니다.
  • 1.2는 보의 실제 강도가 계산값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특히 슬래브 철근이 함께 작용합니다.
  • Mnc는 축력에 따라 변합니다. 축력이 작은 조합으로 검토하세요.
  • 능력설계 — 전단은 해석값이 아니라 보가 낼 수 있는 최대 휨강도에서 역산합니다. 1.25 fy로 강도를 올려 잡습니다.
  • 소성힌지 구간은 후프 조밀, 135° 갈고리 필수, 겹침이음 금지입니다.
  • 비구조재가 만드는 단주 효과를 잊지 마세요. 계산에 없던 벽이 기둥을 부숩니다.

지진하중 산정은 지진하중과 내진설계 개요, 부재 강도는 RC 보 휨설계·RC 전단설계·기둥 P-M 상관도, 배근 상세는 철근 표준갈고리 기준과 철근 이음길이(겹침이음)에 정리해 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