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설계

전단벽 — 기둥 하나 대신 벽 하나를 세우는 이유

지진하중과 내진설계 개요에서 지진력이 관성력이라고 했습니다. 그럼 그 힘은 건물 안에서 어디로 갈까요.

강성이 큰 쪽으로 갑니다. 그리고 벽과 기둥의 강성 차이는 상상 이상입니다.

얼마나 차이 나는가

기둥  500 × 500
벽    300 × 4,000

횡력에 저항하는 것은 단면2차모멘트입니다. 벽의 강축은 벽 길이 방향입니다.

기둥  I = 500⁴ / 12                = 5.208 × 10⁹ mm⁴
벽    I = 300 × 4,000³ / 12        = 1.600 × 10¹² mm⁴

비    1.600×10¹² / 5.208×10⁹ = 307

벽 하나가 기둥 307개분입니다.

기둥이 4개 있어도 합쳐서 2.08 × 10¹⁰, 벽 하나의 1.3%에 불과합니다. 단면적으로는 벽(1.2 m²)이 기둥 4개(1.0 m²)와 비슷한데도 그렇습니다.

I가 길이의 세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입니다. 벽을 4m로 길게 뽑는 것이 두껍게 만드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효율적입니다.

벽 두께 2배 (300 → 600)   →  I 2배
벽 길이 2배 (4m → 8m)     →  I 8배

그래서 벽이 지진력을 거의 다 받습니다

강성에 비례해 힘이 분배되므로, 벽이 있는 건물에서는 지진력의 대부분이 벽으로 갑니다.

벽식 구조     지진력 → 벽이 거의 전부
              골조는 중력만 담당

골조 구조     지진력 → 보·기둥이 분담
              [강기둥 약보] 상세가 중요해짐

이게 벽식 아파트가 내진에 유리한 이유이자, 동시에 위험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벽 배치가 편심되면 비틀림이 생깁니다. 강성이 한쪽에 몰려 있으면 건물이 평면상에서 회전하고, 먼 쪽 부재에 변위가 집중됩니다.

벽은 양이 아니라 배치가 중요합니다. 평면상 대칭에 가깝게, 두 직교 방향 모두에 두는 것이 원칙입니다.

형상비가 거동을 가른다

형상비 = hw / lw     (벽 높이 / 벽 길이)
형상비 거동 파괴 연성
≥ 2 휨 지배 하단 소성힌지 확보 가능
1 ~ 2 중간 혼합 제한적
≤ 1 전단 지배 대각 균열 낮음

키가 큰 벽은 캔틸레버 기둥처럼 휘면서 하단에 소성힌지가 생깁니다. 여기서 에너지를 소산합니다. 내진상세와 강기둥 약보에서 다룬 “어디서 항복시킬지 정한다”가 벽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짧고 뚱뚱한 벽은 휘기 전에 대각 균열로 깨집니다. 전단파괴는 예고가 없습니다. 이런 벽은 연성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강도로 버티게 설계합니다.

경계요소 판정

휨 지배 벽은 하단 압축연단에 응력이 집중됩니다. 그 부분을 기둥처럼 횡보강해 구속하는 것이 경계요소입니다.

     경계요소                    경계요소
   ┌────────┬──────────────────┬────────┐
   │ ▓▓▓▓▓▓ │                  │ ▓▓▓▓▓▓ │
   │ 조밀한  │   일반 벽체 배근   │ 조밀한  │
   │ 후프    │                  │ 후프    │
   └────────┴──────────────────┴────────┘

응력 기준으로 판정합니다.

벽 300 × 4,000,  fck = 24 MPa
Pu = 3,000 kN,  Mu = 8,000 kN·m

Ag = 300 × 4,000 = 1.2 × 10⁶ mm²
S  = 300 × 4,000² / 6 = 8.0 × 10⁸ mm³

압축연단 응력 = Pu/Ag + Mu/S
              = 3,000,000/1.2×10⁶  +  8,000×10⁶/8.0×10⁸
              = 2.5 + 10.0
              = 12.5 MPa

판정 기준 0.2 fck = 0.2 × 24 = 4.8 MPa

12.5 > 4.8   →  경계요소 필요

모멘트에 의한 성분(10.0)이 축력 성분(2.5)의 4배입니다. 벽은 축력보다 전도모멘트가 지배합니다.

경계요소는 벽 하단 소성힌지 구간에 둡니다. 요구되는 상세는 기둥의 소성힌지 구간과 같습니다 — 조밀한 후프, 135° 갈고리, 겹침이음 금지.

응력이 0.15 fck 아래로 떨어지는 위치까지 경계요소를 연장하고, 그 위로는 일반 벽체 배근으로 돌아갑니다.

전단강도 상한

벽도 전단철근을 아무리 넣어도 넘을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Acv = 300 × 4,000 = 1.2 × 10⁶ mm²

Vn,max = 0.83 √fck · Acv
       = 0.83 × 4.899 × 1.2×10⁶
       = 4,880 kN

φVn,max = 0.75 × 4,880 = 3,660 kN

Vu가 이 값을 넘으면 벽 두께를 늘리거나 벽을 추가해야 합니다. RC 전단설계에서 보의 Vs 상한과 같은 성격입니다.

벽 전단철근은 수평·수직 양방향으로 격자 배근하며, 최소 철근비 규정이 있습니다. 벽 두께가 어느 정도 이상이면 양면 배근이 요구됩니다.

연결보 — 벽에 뚫린 구멍의 문제

벽에 개구부가 있으면 두 벽체가 연결보(coupling beam)로 이어진 형태가 됩니다.

   ┌──────┐  연결보  ┌──────┐
   │      ├─────────┤      │
   │  벽1 │         │  벽2 │
   │      ├─────────┤      │
   └──────┘         └──────┘

연결보는 짧고 깊습니다. 형상비가 작아 전단이 지배하고, 지진 시 양단에서 반대 방향 모멘트를 받아 극심한 변형을 겪습니다.

일반 배근으로는 연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형상비가 작은 경우 대각선 배근(diagonal reinforcement) 을 씁니다. 철근을 X자로 배치하고 각 다발을 기둥처럼 후프로 감싸는 상세입니다.

연결보는 깊은보이기도 해서 스트럿-타이 모델의 대상이 됩니다.

실무에서 자주 틀리는 지점

벽을 많이 넣으면 무조건 좋다고 보는 경우

배치가 편심되면 비틀림이 생겨 오히려 불리합니다. 강성 중심과 질량 중심이 어긋난 만큼 회전이 발생합니다. 양이 아니라 평면상 균형입니다.

한 방향에만 벽을 두는 경우

아파트 장변 방향에 벽이 부족한 경우가 흔합니다. 두 직교 방향 모두 검토해야 합니다.

형상비를 확인하지 않는 경우

짧은 벽에 휨 지배를 가정하면 위험합니다. 전단 지배 벽은 연성이 없으므로 반응수정계수를 낮게 잡아야 합니다.

경계요소를 벽 전 높이에 두거나 아예 안 두는 경우

소성힌지가 생기는 하단 구간에 필요합니다. 전 높이에 두면 과설계이고, 안 두면 압축연단이 압괴합니다. 응력 계산으로 범위를 정합니다.

개구부를 임의로 뚫는 경우

건축 계획 변경으로 벽에 구멍이 생기면 벽 하나가 연결보로 이어진 두 벽으로 바뀝니다. 거동과 강성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구조 재검토 없이 뚫으면 안 됩니다.

비내력벽이 구조 거동에 개입하는 것을 무시하는 경우

계산에 없던 조적 벽이 기둥을 짧게 만들어 단주 효과를 일으킵니다. 내진상세와 강기둥 약보에서 다룬 그 문제입니다. 구조벽이 아니라면 슬릿을 두어 분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전단벽과 내력벽은 같은 말인가요?

내력벽은 연직하중을 받는 벽, 전단벽은 횡력을 받는 벽입니다. 실제로는 대개 둘 다 하므로 혼용됩니다. 다만 설계 관점에서는 어느 역할을 검토하는지 명확히 구분하는 편이 좋습니다.

벽식 구조와 라멘 구조 중 어느 쪽이 내진에 유리한가요?

한마디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벽식은 강성이 커서 변위가 작고 비구조재 손상이 적지만, 연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층고 변경이나 리모델링이 어렵습니다. 라멘은 연성 확보가 쉽지만 변위가 커서 상세가 중요합니다. 실무에서는 둘을 섞은 이중골조를 많이 씁니다.

코어벽은 왜 유리한가요?

계단실과 엘리베이터를 감싸는 코어는 닫힌 단면이라 비틀림 강성이 큽니다. 개방 단면인 낱개 벽들보다 훨씬 효율적입니다. 다만 평면 중앙에 있어야 편심이 생기지 않습니다.

벽 하단 기초는 어떻게 하나요?

벽은 전도모멘트를 기초로 그대로 전달합니다. 예제의 8,000 kN·m가 기초에 걸린다는 뜻입니다. 독립기초로는 감당이 어려워 줄기초, 온통기초, 말뚝기초로 갑니다. 독립기초 지지력 검토에서 편심이 기초 면적을 62% 늘렸던 것을 생각하면 규모가 짐작됩니다.

기존 건물에 전단벽을 추가할 수 있나요?

내진보강에서 흔히 쓰는 방법입니다. 다만 새 벽이 받는 힘을 기존 기초가 감당해야 하므로 기초 보강이 함께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벽을 한쪽에만 추가하면 편심이 생기므로 배치 검토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정리

  • 벽 300×4,000 하나가 기둥 500×500 307개분의 강성입니다. I가 길이의 세제곱이기 때문입니다.
  • 길이를 늘리는 것이 두께를 늘리는 것보다 4배 효율적입니다.
  • 강성에 비례해 힘이 가므로 지진력이 벽으로 몰립니다. 그래서 배치의 균형이 양보다 중요합니다.
  • 형상비 hw/lw ≥ 2면 휨 지배(연성 가능), ≤ 1이면 전단 지배(연성 없음).
  • 경계요소는 압축연단 응력이 0.2fck를 넘으면 필요합니다. 예제에서 12.5 > 4.8 MPa로 필요했습니다.
  • 모멘트 성분이 축력 성분의 4배였습니다. 벽은 전도모멘트가 지배합니다.
  • 전단강도에도 상한 0.83√fck·Acv가 있습니다. 넘으면 두께나 벽 개수를 늘려야 합니다.
  • 개구부가 생기면 연결보 문제가 따라옵니다. 임의로 뚫으면 안 됩니다.

지진하중 산정은 지진하중과 내진설계 개요, 소성힌지 상세는 내진상세와 강기둥 약보, 전단 일반론은 RC 전단설계, 연결보 해석은 깊은보와 스트럿-타이 모델에 정리해 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