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설계

깊은보와 스트럿-타이 모델 — 보 이론이 통하지 않는 구간

RC 보 휨설계에서 쓴 등가응력블록은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변형 전 평면이 변형 후에도 평면으로 남는다는 것입니다. 변형률이 단면 높이에 걸쳐 직선으로 분포한다는 가정입니다.

이 가정이 깨지는 구간이 있습니다. 거기서는 보 이론이 통하지 않습니다.

B-영역과 D-영역

B-영역 (Bernoulli)      평면유지가 성립. 일반 보 이론 적용
D-영역 (Discontinuity)  성립하지 않음. 별도 모델 필요

D-영역이 생기는 곳은 정해져 있습니다.

· 집중하중 작용점 주변
· 지점부
· 단면이 급변하는 곳
· 개구부 주변
· 코벨(브래킷), 깊은보
· 확대기초, 말뚝캡
· 프리스트레스 정착부

생브낭의 원리에 따라 교란은 대략 부재 높이 h 정도 거리에서 사라집니다. 그래서 하중점과 지점에서 각각 h만큼이 D-영역입니다.

 │← h →│                    │← h →│
 ┌─────┬──────────────────┬─────┐
 │  D  │        B         │  D  │
 └─────┴──────────────────┴─────┘

부재가 짧으면 양쪽 D-영역이 만나 부재 전체가 D-영역이 됩니다. 그게 깊은보입니다.

깊은보 판정
  ln / h ≤ 4        또는
  집중하중이 지점에서 2h 이내에 작용

깊은보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일반 보는 휨압축과 휨인장이 짝을 이뤄 모멘트를 만들고, 전단은 사인장으로 전달됩니다. RC 전단설계에서 다룬 45° 트러스 모델이 그것입니다.

깊은보는 다르게 버팁니다.

          ↓ Pu
    ┌─────●─────┐
    │    ╱ ╲    │      하중점에서 지점으로
    │   ╱   ╲   │      압축 아치가 직접 형성
    │  ╱     ╲  │
    │ ╱       ╲ │
    ●━━━━━━━━━━━●      하부는 타이(인장)
    ▲           ▲

하중이 지점으로 직접 흘러갑니다. 압축 아치와 하부 인장타이가 만드는 타이드 아치(tied arch)입니다. 스터럽이 사인장을 잡는 방식이 아닙니다.

이 흐름을 압축재(스트럿)·인장재(타이)·절점(노드)의 트러스로 모델링하는 것이 스트럿-타이 모델입니다.

예제로 풀어 보겠습니다

깊은보  b = 400,  h = 1,500 mm
순경간  ln = 3,000 mm     →  ln/h = 2.0  →  깊은보
중앙 집중하중  Pu = 2,000 kN
지점 반력  R = 1,000 kN (양쪽)
fck = 24 MPa,  SD400

트러스 기하

        ↓ 2,000 kN
   ┌────●────┐
   │   ╱│╲   │
   │  ╱ │ ╲  │  jd = 1,200 mm (내부 팔, 약 0.8h)
   │ ╱  │  ╲ │
   ●━━━━┷━━━━●
   ▲  a=1,500 ▲

θ = arctan(jd / a) = arctan(1,200 / 1,500) = 38.7°

각도가 중요합니다. 너무 작으면 타이 힘이 급증합니다. 기준은 스트럿과 타이가 이루는 각을 대략 25° 이상으로 제한합니다.

부재력

타이 인장력   T = R / tanθ = 1,000 / 0.800 = 1,250 kN
스트럿 압축력 C = R / sinθ = 1,000 / 0.625 = 1,601 kN

타이 철근

As = T / (φ fy) = 1,250,000 / (0.75 × 400) = 4,167 mm²

D25 (506.7 mm²)  →  4,167 / 506.7 = 8.2  →  9본

여기가 일반 보와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일반 보는 모멘트가 지점에서 0이므로 하부철근을 단부에서 줄일 수 있습니다. 깊은보의 타이는 전 길이에 걸쳐 같은 힘을 받습니다. 아치의 수평 반력이니까요.

일반 보 하부철근   중앙 최대, 단부에서 감소 가능
깊은보 타이        전 길이 동일. 단부에서 완전 정착 필수

단부에서 정착이 끊기면 아치가 벌어지면서 붕괴합니다. 그런데 깊은보는 지점 폭이 좁아 정착길이를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D25 직선정착길이 ≈ 1,200 mm급
깊은보 지점 폭    보통 300 ~ 500 mm

그래서 표준갈고리, 확대머리 철근, 정착판을 씁니다. 독립기초에서 정착이 철근 지름을 제한했던 것과 같은 문제가 훨씬 심하게 나타납니다.

스트럿 검토

스트럿도 콘크리트라 강도 한계가 있습니다.

fce = 0.85 βs fck        βs = 0.75 (병 모양 스트럿, 횡보강 있음)
    = 0.85 × 0.75 × 24 = 15.3 MPa

필요 스트럿 폭  ws = C / (φ fce b)
                  = 1,600,800 / (0.75 × 15.3 × 400)
                  = 349 mm

스트럿 폭 349mm가 필요합니다. 이 값은 지점 지압판 크기와 직결됩니다. 지압판이 작으면 스트럿이 좁아져 노드에서 콘크리트가 먼저 깨집니다.

βs는 스트럿 형상과 횡보강 유무로 정해집니다. 스트럿이 중간에서 부풀어 오르는 병 모양이면 횡방향 인장이 생겨 쪼개짐이 발생하므로, 이를 잡아줄 횡보강 철근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깊은보에는 수평·수직 격자 철근을 벽처럼 배근합니다.

일반 전단식으로 풀면 어떻게 되는가

같은 부재를 RC 전단설계의 식으로 검토해 보겠습니다.

d ≈ 0.9 h = 1,350 mm

Vc  = (1/6)√24 × 400 × 1,350 = 441 kN
φVc = 0.75 × 441 = 331 kN

Vu = 1,000 kN  >>  331 kN

전단철근으로 메우려면 이렇게 됩니다.

Vs = Vu/φ − Vc = 1,000/0.75 − 441 = 892 kN

Vs 상한 (2/3)√fck·bw·d = 3.266 × 400 × 1,350 = 1,764 kN 안에는 들어옵니다. 즉 계산은 되지만, 스터럽을 잔뜩 넣으라는 답이 나옵니다.

실제 깊은보는 아치 작용으로 훨씬 강합니다. 일반 전단식은 깊은보의 강도를 과소평가하면서, 동시에 실제로는 별 역할을 못 하는 수직 스터럽을 요구합니다.

일반 전단식     사인장 균열을 스터럽이 가로지른다고 가정
깊은보 실제     압축 아치가 하중을 직접 지점으로 보냄

가정이 틀렸으니 답도 틀립니다. 그래서 스트럿-타이를 씁니다.

실무에서 자주 틀리는 지점

깊은보를 일반 보로 설계하는 경우

ln/h ≤ 4를 확인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입니다. 결과는 두 방향으로 틀립니다 — 불필요한 스터럽이 들어가고, 정작 필요한 타이 정착과 격자 철근이 빠집니다.

타이 철근을 단부에서 줄이는 경우

가장 위험합니다. 일반 보 감각으로 모멘트도를 따라 철근을 줄이면 아치의 수평 반력을 받을 게 없어집니다.

정착 상세를 확인하지 않는 경우

타이 철근은 노드 안에서 완전히 정착되어야 합니다. 지점 폭이 좁으니 갈고리나 확대머리가 거의 필수입니다.

지압판 크기를 임의로 정하는 경우

노드 영역의 콘크리트 응력이 지압 면적으로 결정됩니다. 스트럿 폭 계산과 지압판이 따로 놀면 노드가 먼저 파괴됩니다.

격자 철근을 빠뜨리는 경우

병 모양 스트럿의 횡방향 쪼개짐을 잡는 철근입니다. 이게 없으면 βs = 0.75를 쓸 수 없습니다.

모델을 하나만 세우는 경우

스트럿-타이 모델은 유일하지 않습니다. 같은 하중에 대해 여러 모델이 가능합니다. 하한계 정리에 의해 어떤 모델이든 평형과 항복조건을 만족하면 안전측이지만, 실제 탄성 응력 흐름에 가까운 모델일수록 사용성이 좋습니다. 지나치게 억지스러운 모델은 균열을 키웁니다.

자주 묻는 질문

스트럿-타이 모델은 어디까지 쓰나요?

D-영역 전반입니다. 깊은보, 코벨, 개구부 주변, 말뚝캡, 프리스트레스 정착부, 벽체-기초 접합부 등입니다. 손계산으로 풀 수 있어 검증 수단으로도 유용합니다.

유한요소해석으로 대체할 수 있나요?

응력 분포를 보는 데는 FEM이 낫습니다. 다만 FEM은 응력을 보여줄 뿐 철근을 어떻게 배치할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실무에서는 FEM으로 응력 흐름을 확인하고 그에 맞춰 스트럿-타이 모델을 세우는 방식을 씁니다.

각도 하한이 왜 있나요?

스트럿과 타이의 각이 작아지면 타이 힘이 급격히 커지고, 노드에서 스트럿과 타이의 변형이 서로 방해합니다. 예제에서 38.7°였는데 25°로 떨어지면 타이 힘이 1,000/tan25° = 2,145 kN으로 1.7배가 됩니다.

깊은보에도 최소 수직·수평 철근이 필요한가요?

필요합니다. 격자 형태로 양면에 배근합니다. 스트럿의 횡방향 쪼개짐을 억제하고 균열폭을 제어합니다. 벽체 배근과 비슷한 모습이 됩니다.

연속 깊은보는 어떻게 하나요?

지점부에 부모멘트가 생기므로 상부에도 타이가 필요합니다. 모델이 복잡해지고, 지점 위 절점에 힘이 집중되므로 노드 검토가 더 중요해집니다.

정리

  • 평면유지 가정이 깨지는 곳이 D-영역입니다. 교란은 부재 높이 h 정도에서 사라집니다.
  • ln/h ≤ 4면 부재 전체가 D-영역, 즉 깊은보입니다.
  • 깊은보는 사인장이 아니라 압축 아치 + 인장 타이로 버팁니다.
  • 예제에서 타이 1,250 kN(D25 9본), 스트럿 1,601 kN, 필요 스트럿 폭 349 mm였습니다.
  • 타이 철근은 전 길이 동일하고 단부에서 완전 정착되어야 합니다. 일반 보처럼 줄이면 안 됩니다.
  • 스트럿 폭은 지압판 크기와 직결됩니다. 병 모양 스트럿에는 격자 철근이 필수입니다.
  • 일반 전단식은 깊은보를 과소평가하면서 쓸모없는 스터럽을 요구합니다. 가정이 틀렸기 때문입니다.

휨과 전단의 일반 이론은 RC 보 휨설계와 RC 전단설계에, 정착 상세는 철근 정착길이 계산과 철근 표준갈고리 기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