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중
지진하중과 내진설계 개요 — 왜 무거운 건물이 불리한가
풍하중 글 마지막에 “가볍고 높은 건물은 풍하중이, 무겁고 낮은 건물은 지진하중이 지배한다”고 적었습니다. 이 글에서 그 이유를 숫자로 확인합니다.
지진력은 관성력입니다
지진은 건물을 미는 게 아니라 땅을 흔듭니다. 땅이 갑자기 움직이면 건물은 제자리에 있으려 하고, 그 관성이 힘으로 나타납니다.
F = m · a
질량에 비례합니다. 여기서 풍하중과의 결정적 차이가 나옵니다.
| 비례하는 것 | |
|---|---|
| 풍하중 | 노출 면적 |
| 지진하중 | 건물 질량 |
그래서 무거운 건물일수록 지진에 불리합니다. 구조를 튼튼하게 만들려고 부재를 키우면 무게가 늘어 지진력도 함께 커집니다. 내진설계가 까다로운 이유입니다.
등가정적해석
지진은 동적 현상이지만, 조건이 맞으면 등가의 정적 수평력으로 바꿔 계산할 수 있습니다.
V = C_s · W
V 밑면전단력
C_s 지진응답계수
W 유효건물중량 (고정하중 기준)
C_s는 건물 무게의 몇 퍼센트를 수평력으로 볼 것인가를 뜻합니다.
C_s = S_DS / (R / I_e)
S_DS 단주기 설계스펙트럼가속도 (지역·지반)
R 반응수정계수 (골조 형식)
I_e 중요도계수 (건물 용도)
위 식은 상한값입니다. 실제로는 건물 주기
T에 따라 다른 식이 지배하고 하한값도 있습니다. 여기서는 개념 이해를 위해 단순화했습니다.
반응수정계수 R — 가장 중요한 값
R은 골조가 지진 에너지를 얼마나 잘 흡수하는가를 나타냅니다. 분모에 있으므로 R이 크면 설계 지진력이 작아집니다.
S_DS = 0.5, I_e = 1.0일 때
| 골조 형식 | R | Cs | 무게의 |
|---|---|---|---|
| 철골 보통모멘트골조 | 3.5 | 0.143 | 14.3% |
| RC 중간모멘트골조 | 5 | 0.100 | 10.0% |
| 가새골조 | 6 | 0.083 | 8.3% |
| 철골 특수모멘트골조 | 8 | 0.063 | 6.3% |
R = 3.5와 R = 8은 지진력이 2.29배 차이입니다.
R이 크다는 게 무슨 뜻인가
“튼튼하다”가 아니라 **“잘 휘어진다”**는 뜻입니다.
지진 에너지를 견디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 강하게 버티기 — 부재를 키워 힘으로 저항
- 변형하며 흡수하기 — 소성변형으로 에너지를 소모
R이 큰 골조는 2번 방식입니다. 부재가 소성힌지를 만들며 크게 변형해도 무너지지 않도록 상세가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설계 지진력을 줄여 줍니다.
대신 조건이 붙습니다. 특수모멘트골조는 접합부 상세, 배근, 판폭두께비에 엄격한 요구가 따라옵니다. R만 크게 쓰고 상세를 안 지키면 그 R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풍하중과 비교해 보면
10층 사무실 건물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평면 30 × 30m, 층고 3.5m, 전체 높이 35m
고정하중 D = 4.94 kN/m² (앞 글의 사무실 슬래브)
RC 중간모멘트골조 R = 5, S_DS = 0.5
설계풍속 35 m/s → q = 0.747 kN/m²
지진력
W = 4.94 × (30 × 30) × 10 = 44,460 kN = 44.5 MN
(여기서는 슬래브 하중만 계산. 실제로는 기둥·벽 자중이 더해집니다)
C_s = 0.5 / 5 = 0.100
V = 0.100 × 44.5 = 4.45 MN
풍하중
수풍면적 = 30 × 35 = 1,050 m²
합력계수 Cp = 1.3
V_w = 0.747 × 1.3 × 1,050 = 1.02 MN
결과
| 하중 | 밑면전단력 |
|---|---|
| 풍하중 | 1.02 MN |
| 지진하중 | 4.45 MN |
지진이 4.36배로 지배합니다. RC 건물은 무거워서 지진이 이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물을 경량화해 유효중량을 40%로 줄이면 지진력이 1.78 MN이 되는데, 그래도 여전히 풍하중의 1.74배입니다. 이 규모의 RC 건물에서는 지진이 지배한다고 봐야 합니다.
반대로 가볍고 높은 건물 — 철골조 창고, 경량 커튼월 고층 — 은 질량이 작고 노출 면적이 커서 풍하중이 지배할 수 있습니다.
내진설계의 목표
오해가 많은 부분입니다. 내진설계는 지진에 건물이 멀쩡하도록 만드는 게 아닙니다.
| 지진 규모 | 목표 |
|---|---|
| 자주 오는 작은 지진 | 손상 없음 |
| 설계 지진 | 손상은 허용, 붕괴 방지 |
| 극한 지진 | 붕괴는 막고 인명 보호 |
설계 지진에서 부재가 항복하고 균열이 생기는 것은 예정된 거동입니다. 그렇게 에너지를 흡수해야 무너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R을 크게 쓴다는 건 이 손상을 전제로 한다는 뜻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틀리는 지점
R만 크게 쓰고 상세를 안 지키는 경우
특수모멘트골조의 R = 8은 그 상세 요구를 전부 만족했을 때 성립합니다. 접합부와 배근 상세를 보통골조 수준으로 하면서 R만 8을 쓰면, 실제 성능이 설계 가정에 크게 못 미칩니다.
무게를 줄일 생각을 안 하는 경우
지진력은 질량에 비례합니다. 마감을 가볍게 하고 불필요한 두께를 줄이는 것이 지진력 자체를 낮추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입니다. 고정하중이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한다는 점을 떠올리세요.
풍하중만 검토하고 넘어가는 경우
RC 건물은 대개 지진이 지배합니다. 둘 다 계산해 불리한 쪽을 써야 합니다. 두 하중은 조합하지 않습니다.
비정형성을 무시하는 경우
평면이나 입면이 비대칭이면 비틀림이 생기고, 등가정적해석의 전제가 깨집니다. 비정형 건물은 동적해석이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지진하중 계수가 1.0E인 이유는?
E가 이미 강도수준으로 정의된 지진하중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허용응력설계 시절의 지진하중은 사용수준이라 별도 계수가 붙었지만, 현행 기준의 E는 그 자체가 극한 수준입니다.
활하중은 지진 유효중량에 포함하나요?
원칙적으로 제외합니다. 지진 순간에 활하중이 가득 실려 있을 확률이 낮기 때문입니다. 다만 창고나 기계실처럼 상시 하중이 큰 용도는 일부를 포함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면진과 제진은 무엇이 다른가요?
면진은 건물과 지반 사이에 유연한 층을 넣어 지진력이 전달되는 것 자체를 줄입니다. 제진은 건물 안에 감쇠장치를 넣어 진동 에너지를 흡수합니다. 면진은 입력을 줄이고, 제진은 응답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저층 건물도 내진설계가 필요한가요?
필요합니다. 오히려 저층이 단주기라 지진 가속도를 크게 받습니다. 다만 규모와 용도에 따라 적용 기준이 다르므로 해당 조항을 확인하세요.
정리
- 지진력은 관성력입니다.
F = ma— 질량에 비례합니다. V = C_s · W,C_s = S_DS/(R/I_e). 본문 식은 상한값이고 주기별 식이 따로 있습니다.- **
R은 “튼튼함”이 아니라 “잘 휘어짐”**입니다. R이 크면 설계 지진력이 줄지만 상세 요구가 따라옵니다. - 10층 RC 사무실 예제에서 지진이 풍하중의 4.36배로 지배했습니다.
- 내진설계의 목표는 무손상이 아니라 붕괴 방지입니다. 손상은 예정된 거동입니다.
- 지진력을 줄이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건물을 가볍게 하는 것입니다.
풍하중은 풍하중 계산의 기초에, 하중조합은 하중조합 정리에, 하중 산정은 고정하중·활하중 산정 방법에 정리해 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