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
철근 가공조립도 읽는 법 — 도면과 현장이 어긋나는 지점
구조도면에 D22-4EA, D13@200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현장에서 철근을 자르려면 이 표기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몇 mm짜리를 몇 본, 어떤 모양으로 구부려서 자를지가 나와야 합니다.
그 변환을 하는 문서가 가공조립도입니다. 그리고 변환 과정에서 설계도면에 없던 숫자가 새로 만들어집니다. 어긋남은 대부분 거기서 생깁니다.
설계도면과 가공조립도는 다른 문서입니다
| 구분 | 구조설계도면 | 철근 가공조립도 |
|---|---|---|
| 표현 대상 | 배근 의도 | 철근 실물 |
| 표기 방식 | D22-4EA, D13@200 | 형상 + 각 변 치수 + 전장 |
| 작성 주체 | 구조기술자 | 시공사·철근가공업체 |
| 핵심 정보 | 어디에 얼마나 | 어떻게 자르고 구부릴지 |
| 검토 관점 | 구조 성립 | 설계 의도 유지 |
작성 주체가 다르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가공조립도는 구조기술자가 그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설계 의도가 유지되는지 확인하는 것은 구조기술자의 몫입니다.
설계도면은 의도를 적고, 가공조립도는 실물을 적습니다. 이 사이에서 새로 결정되는 것이 세 가지 있습니다.
설계도면에 없고 가공조립도에서 정해지는 것
1. 철근 하나하나의 절단 길이 (전장)
2. 이음의 정확한 위치
3. 갈고리 형상과 전개 길이
셋 다 구조적 판단이 필요한 항목입니다. 그런데 셋 다 시공 편의로 정해질 수 있는 항목이기도 합니다.
바리스트 읽는 법
가공조립도의 핵심은 바리스트(Bar List)입니다. 열 구성은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뼈대는 같습니다.
기호 │ 지름 │ 형상 │ A │ B │ C │ 전장 │ 본수 │ 총길이 │ 단위중량 │ 중량
↑ ↑ ↑ └───┬───┘ ↑ ↑
부재 호칭 구부림 각 변 치수 구부림 포함 절단장 kg/m
위치 지름 모양 (지름으로 결정)
A, B, C는 구부림으로 나뉜 각 구간의 길이입니다. 직선 철근이면 A 하나로 끝나고, 양단 갈고리가 있으면 A·B·C 세 구간이 됩니다.
읽을 때 확인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각 변 치수가 어떤 기준선에서 잰 값인지(외측인지 중심선인지), 그리고 전장이 각 변의 단순 합인지 구부림 여유를 뺀 값인지입니다. 이 두 가지가 회사마다 다르고, 다르면 물량이 몇 % 씩 어긋납니다.
보 한 개를 통째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G1 400 × 600
순경간 ln = 6,000 mm, 양단 기둥 600 × 600
fck = 24 MPa, SD400, 피복 40 mm
상부 주철근 D22 - 4본 (양단 90° 표준갈고리 정착)
하부 주철근 D22 - 4본 (양단 90° 표준갈고리 정착)
스터럽 D13 @ 200
주철근 전장
먼저 정착길이가 필요합니다. 90° 표준갈고리 정착길이는 이렇게 나옵니다.
ldh = 0.24 β db fy / (λ √fck)
= 0.24 × 1.0 × 22 × 400 / (1.0 × √24)
= 2,112 / 4.899
= 431 mm → 실무 440 mm (10mm 단위 절상)
최소값 검토: 8db = 176 mm, 150 mm → 431 mm가 지배
그다음 갈고리 연장길이. 주철근 90° 갈고리는 12db입니다.
갈고리 연장 = 12 db = 12 × 22 = 264 mm
이제 전장을 조립합니다.
직선부 6,000 + 2 × 440(ldh) = 6,880 mm
갈고리 2 × 264 = 528 mm
────────────────────────────────────────
전장 7,408 → 7,410 mm
순경간은 6,000인데 철근은 7,410입니다. 철근 한 본이 순경간보다 23% 깁니다. 정착과 갈고리가 그만큼을 먹습니다. 물량을 순경간으로 뽑으면 이만큼 모자랍니다.
왜 갈고리를 쓰는가
여기서 한 가지가 자동으로 설명됩니다. 직선정착으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기둥 폭 600에서 쓸 수 있는 정착 구간
= 600 − 40(피복) = 560 mm
직선정착 ld ≈ 1,080 mm > 560 mm ✕ 불가
갈고리정착 ldh ≈ 431 mm < 560 mm ○ 가능
직선정착길이는 기둥 폭이 감당하지 못합니다. 갈고리를 쓰는 것은 상세 취향이 아니라 기하학적 필연입니다. 보정계수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값은 달라지지만 대소 관계는 뒤집히지 않습니다.
스터럽 전장
스터럽은 부재 치수가 아니라 피복을 뺀 치수로 만듭니다. 여기서 자주 틀립니다.
스터럽 외곽 치수
폭 = 400 − 2 × 40 = 320 mm
높이 = 600 − 2 × 40 = 520 mm
둘레 2 × (320 + 520) = 1,680 mm
135° 갈고리 2 × 6db = 2 × 78 = 156 mm
──────────────────────────────────────────
전장 1,836 → 1,840 mm
135° 갈고리 연장은 6db이되 75mm 이상입니다. D13은 6 × 13 = 78mm라 조건을 만족합니다. D10이라면 60mm가 되어 75mm가 지배합니다.
스터럽 본수 — 가장 많이 틀리는 계산
본수 = 순경간 / 간격 + 1
= 6,000 / 200 + 1
= 30 + 1
= 31 본
6,000을 200으로 나누면 30입니다. 그런데 30은 구간 수이지 본수가 아닙니다. 울타리 기둥을 세는 것과 같습니다.
│──│──│──│──│ 구간 4개, 기둥 5개
30본으로 세면 1본이 빕니다. 한 개 보에서는 3.2%지만, 건물 전체 스터럽 물량에 그대로 곱해집니다.
완성된 바리스트
| 기호 | 지름 | 형상 | 전장 | 본수 | 총길이 | 단위중량 | 중량 |
|---|---|---|---|---|---|---|---|
| G1-1 상부 | D22 | 양단 90° | 7,410 | 4 | 29.64 m | 3.042 | 90.2 kg |
| G1-2 하부 | D22 | 양단 90° | 7,410 | 4 | 29.64 m | 3.042 | 90.2 kg |
| G1-3 스터럽 | D13 | 폐합 135° | 1,840 | 31 | 57.04 m | 0.995 | 56.8 kg |
| 합계 | 237.1 kg |
보 한 개에 237kg입니다. 여기에 할증이 붙어 발주량이 됩니다.
도면과 현장이 어긋나는 지점
전장 계산은 산수입니다. 진짜 문제는 다음 네 가지에서 생깁니다.
이음 위치 — 표기하지 않으면 현장이 정합니다
철근 이음은 인장력이 작은 곳에 둡니다. 그런데 상부철근과 하부철근은 인장을 받는 위치가 반대입니다.
지점부 중앙부 지점부
┌─────────────────────────────────────────────┐
상부 │ 인장 (부모멘트 최대) │ 압축 │ 인장 │
│ ✕ 이음 금지 │ ○ 이음 │ ✕ │
├─────────────────────────────────────────────┤
하부 │ 압축 │ 인장(정모멘트 최대) │
│ ○ 이음 │ ✕ 이음 금지 │
└─────────────────────────────────────────────┘
상부철근은 중앙부에서, 하부철근은 지점부 근처에서 잇습니다. 반대로 하면 인장이 최대인 단면에 이음을 두게 됩니다.
가공조립도에 이음 위치가 없으면 현장은 정척(보통 8m)을 기준으로 편한 곳에서 잇습니다. 편한 곳이 맞는 곳일 수도 있지만, 그건 우연입니다.
이음 위치가 시공이음과 겹칠 때
여기서 한 번 더 생각할 지점이 있습니다. 시공이음은 전단력이 작은 스팬 중앙부에 둡니다. 상부철근 겹침이음도 중앙부에 둡니다. 두 개가 같은 구간으로 몰립니다.
각각은 규정을 지킨 것이지만, 한 단면에 콘크리트 이음면과 철근 이음이 동시에 오는 것은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이음 위치를 스팬 방향으로 서로 어긋나게 배치하고, 한 단면에서 이어지는 철근 비율(이음률)을 확인하세요.
같은 “중앙부”라는 말이지만 근거가 다릅니다. 시공이음은 전단력, 철근이음은 인장력 기준입니다.
철근 대체 — 개수를 맞추면 틀립니다
D22 재고가 없어 D19로 바꾸는 상황입니다.
D22 4본 = 4 × 387 = 1,548 mm²
D19 4본 = 4 × 287 = 1,148 mm² → 26% 부족
개수를 맞추면 안 됩니다. 단면적을 맞춰야 합니다.
필요 본수 = 1,548 / 287 = 5.39 → 6본
그런데 6본이 보 폭에 들어가는지를 다시 봐야 합니다.
가용 폭 = 400 − 2×40(피복) − 2×13(스터럽) = 294 mm
철근 점유 = 6 × 19 = 114 mm
순간격 = (294 − 114) / 5 = 36.0 mm
최소 순간격 = max(25, db=19, 4/3 × 25(골재)) = 33.3 mm
36.0 > 33.3 ○ 겨우 들어감
여유가 2.7mm입니다. 굵은골재가 25mm가 아니라 40mm로 반입되면 최소 순간격이 53.3mm로 뛰어 1단 배근이 불가능해집니다. 철근 대체 검토가 레미콘 배합 표기의 첫 숫자까지 내려간다는 뜻입니다.
대체가 유리한 쪽도 있습니다. D19는 정착길이와 이음길이가 짧아집니다. 지름이 작을수록 ldh가 줄기 때문입니다.
여장과 절단 손실
정척 8m로 7,410mm짜리를 뽑으면 590mm가 남습니다. 다른 부재에 전용되면 손실이 아니지만, 안 되면 그대로 버려집니다. 바리스트를 부재별로만 보면 이게 안 보입니다. 같은 지름끼리 전장을 모아 정척에 어떻게 떨어지는지 보는 것이 물량 절감의 시작입니다.
검토 체크리스트
가공조립도를 승인할 때 이 순서로 봅니다.
| # | 확인 항목 | 틀렸을 때 |
|---|---|---|
| 1 | 지름·본수가 설계도면과 일치하는가 | 단면적 부족 |
| 2 | 정착길이가 부재 안에서 확보되는가 | 정착 파괴 |
| 3 | 갈고리 연장이 맞는가 (주철근 12db / 스터럽 6db) | 갈고리 무력화 |
| 4 | 이음 위치가 인장이 작은 구간인가 | 이음부 조기 항복 |
| 5 | 한 단면 이음률이 기준 이내인가 | A급/B급 판정 변경 |
| 6 | 스터럽 본수 = 구간 수 + 1 인가 | 전단철근 부족 |
| 7 | 스터럽 치수가 피복 기준인가 | 피복 부족 |
| 8 | 최소 순간격이 확보되는가 (골재 치수 포함) | 콘크리트 미충전 |
| 9 | 철근 대체가 단면적 기준인가 | 단면적 부족 |
| 10 | 시공이음 위치와 상충하지 않는가 | 결함면 중복 |
1번부터 3번은 도면 대조로 끝납니다. 4번 이후가 실제로 검토가 필요한 항목입니다.
실무에서 자주 틀리는 지점
스터럽 본수를 구간 수로 세는 경우
앞의 예제에서 30본과 31본. 3.2% 차이입니다. 물량에서도 문제지만, 실제로 30본만 반입되면 어딘가 한 곳의 간격이 벌어집니다. 단부 보강 구간에서 벌어지면 전단 검토가 무너집니다.
순경간으로 주철근 물량을 뽑는 경우
6,000 대 7,410. 23% 부족합니다. 철근 물량 산출에서 다룬 것과 같은 실수인데, 가공조립도 단계에서는 전장이 이미 계산되어 있으니 그 열을 쓰면 됩니다. 문제는 개산 견적 단계에서 순경간으로 뽑고 그 숫자를 끝까지 들고 가는 경우입니다.
스터럽 치수를 부재 치수로 잡는 경우
400 × 600으로 스터럽을 만들면 피복이 0이 됩니다. 실제로 이렇게 반입되면 조립이 안 되니 현장에서 발견되기는 합니다. 문제는 피복을 주철근 기준으로 잡아 스터럽이 피복 밖으로 나가는 경우인데, 이건 조립이 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갑니다.
철근 대체를 구두로 처리하는 경우
“D22 없어서 D19로 갑니다”가 전화로 끝나면 기록이 남지 않습니다. 단면적 환산이 되었는지, 배근간격이 검토되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대체는 가공조립도를 수정해서 다시 승인받는 절차입니다.
정착길이가 확보 안 되는데 그대로 넘어가는 경우
외측 기둥에서 자주 생깁니다. 기둥 폭이 작으면 갈고리를 써도 ldh가 안 나옵니다. 이때 갈고리를 억지로 구부려 넣는 대신 확대머리 철근이나 기둥 치수 조정을 검토해야 합니다. 갈고리가 피복 밖으로 나가면 정착이 아니라 그냥 구부러진 철근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가공조립도는 누가 작성하고 누가 책임지나요?
작성은 시공사 또는 철근가공업체가 합니다. 구조기술자는 설계 의도가 유지되는지를 검토하고 승인합니다. 작성 책임과 설계 적합성 검토 책임이 나뉘어 있는 구조입니다. 승인 도장을 찍는 순간 설계 의도 부분은 검토한 것이 됩니다.
바리스트 전장이 각 변 치수의 합과 다른 이유는 뭔가요?
구부림 여유(bend deduction) 때문입니다. 철근을 구부리면 외측 치수의 합보다 실제 철근 길이가 짧습니다. 구부림 반지름과 각도에 따라 달라지고, 가공기와 사내 기준에 따라 반영 방식이 다릅니다. 어느 기준으로 작성된 바리스트인지 확인해야 물량이 맞습니다.
전장을 10mm 단위로 올리는 이유가 뭔가요?
가공기 설정과 절단 관행 때문입니다. 431mm를 440mm로 올리는 것은 안전측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내리면 정착길이가 기준 미만이 됩니다. 정착·이음 관련 길이는 항상 올림입니다.
이음률은 왜 확인하나요?
한 단면에서 얼마나 많은 철근이 동시에 이어지는지에 따라 겹침이음 등급이 갈립니다. 소요 철근량 대비 배근량 비율과 함께 A급·B급을 판정하고, 등급에 따라 이음길이가 달라집니다. 철근 이음길이에 판정 기준을 정리해 두었습니다.
SD500을 쓰면 가공조립도가 어떻게 달라지나요?
본수는 줄지만 전장은 길어집니다. 정착길이와 이음길이가 fy에 비례해 늘기 때문입니다. 총 중량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는 두 효과의 차이로 결정됩니다. SD400과 SD500 비교에서 항목별로 계산했습니다.
정리
- 가공조립도는 설계도면의 번역이 아니라 새로운 숫자가 결정되는 문서입니다. 전장·이음 위치·갈고리 형상이 여기서 정해집니다.
- 예제 보에서 주철근 전장 7,410mm. 순경간 6,000보다 23% 깁니다. 정착과 갈고리가 그만큼입니다.
- 직선정착은 기둥 폭이 감당하지 못합니다. 갈고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연입니다.
- 스터럽 본수는 구간 수 + 1. 30이 아니라 31입니다.
- 이음은 인장이 작은 곳에. 상부철근은 중앙부, 하부철근은 지점부입니다. 시공이음과 근거가 다르니 구간이 겹치면 어긋나게 배치하세요.
- 철근 대체는 개수가 아니라 단면적 기준. 그리고 대체 후 배근간격을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각 항목의 계산 근거는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정착길이는 철근 정착길이 계산, 갈고리 연장은 철근 표준갈고리 기준, 이음길이와 등급 판정은 철근 이음길이(겹침이음), 순간격 기준은 철근 배근 간격 기준, 물량 환산은 철근 물량 산출 방법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