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지중보 — 기초를 묶어 부등침하와 기둥 모멘트를 나누는 부재

독립기초는 기둥 하나를 혼자 받칩니다. 옆 기초와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지중보(기초보)는 그 독립된 기초들을 서로 묶는 부재입니다. 묶는 순간 구조가 달라집니다 — 혼자 버티던 기초가 이웃과 힘을 나누기 시작합니다.

지중보가 하는 네 가지 일

① 부등침하 구속      이웃 기초와 묶여 침하차가 줄어듦
② 기둥 하단 모멘트 분담  기초 혼자 받던 모멘트를 지중보가 나눠 받음
③ 수평력 전달·구속    지진 시 기초들이 따로 움직이지 않게
④ 1층 벽·슬래브 지지   지상 하중을 기초로 전달 (본래의 '보' 역할)

용도에 따라 요구 성능이 다릅니다. ④만 필요하면 작은 단면으로 충분하지만, ①②를 기대하면 강성이 있어야 합니다 — 지중보의 값어치는 강도가 아니라 강성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① 부등침하 구속 — 대가가 따릅니다

지반 침하에서 문제는 총침하가 아니라 부등침하이고, 각변위 1/500이 한계라고 했습니다. 지중보는 그 각변위를 줄여줍니다.

그런데 부정정의 문법이 여기서도 작동합니다 — 막힌 변형은 응력이 됩니다.

기초 A와 B의 침하차 δ, 지중보 경간 L
양단 고정에 가까운 구속이면

M = 6EIδ / L²
지중보 400 × 700,  L = 6.0 m,  침하차 δ = 15 mm
I = 400 × 700³/12 = 1.143×10¹⁰ mm⁴
Ec = 25,000 MPa  →  EI = 2.86×10¹⁴ N·mm²

M = 6 × 2.86×10¹⁴ × 15 / 6,000²
  = 2.57×10¹⁶ / 3.6×10⁷
  = 715 kN·m

하중 없이 715 kN·m. 400×700 단면이 감당할 수 있는 크기를 크게 넘습니다.

여기서 지중보 설계의 핵심 딜레마가 나옵니다.

강성을 키우면 → 침하차는 줄지만 → 구속 단면력이 커진다
강성을 낮추면 → 단면력은 작지만 → 침하차를 못 줄인다

실무의 답은 “침하를 지중보로 잡으려 하지 않는다” 쪽입니다. 부등침하는 기초 형식(온통기초·말뚝)과 지반 개량으로 잡고, 지중보는 잔여 침하차를 흡수·완화하는 역할로 둡니다. 크리프가 장기 구속응력을 상당히 풀어준다는 점(온도하중에서 본 그 완화)도 실무적으로 중요합니다.

침하차가 클 것으로 예상되면 오히려 지중보를 넣지 않거나 힌지에 가깝게 상세하는 판단도 있습니다 — 묶으면 힘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② 기둥 하단 모멘트 분담

이쪽이 지중보의 가장 확실한 값어치입니다.

기둥 하단에 모멘트가 걸릴 때, 지중보가 없으면 그 모멘트를 기초가 혼자 받습니다.

지중보 없음                    지중보 있음
   ┃ M                           ┃ M
   ┃                             ┃
 ┌─┸─┐  기초가 M을 전부       ━━━┸━━━  지중보와 기초가
 └───┘  → 편심 → 큰 저면적    ┌─┸─┐   강성비로 분담
                              └───┘

독립기초에서 모멘트 200 kN·m가 기초 면적을 62% 늘렸다고 했습니다. 그 모멘트의 상당 부분을 지중보가 가져가면 기초가 작아집니다.

분담 비율은 모멘트분배법의 원리 그대로입니다.

DF = K / ΣK,   K = 4EI/L (또는 3EI/L)

지중보가 뻣뻣하고 짧을수록 → 지중보가 많이 가져감
기초 회전강성이 클수록    → 기초가 많이 가져감

특히 외곽 기둥에서 효과가 큽니다. 외곽 기초는 한쪽으로만 편심이 걸려 불리한데, 지중보가 안쪽 기초로 모멘트를 넘겨주면 그 편심이 크게 줄어듭니다.

③ 수평력 구속 — 내진의 요구사항

지진 시 기초들이 제각기 움직이면 상부 구조에 예상치 못한 변형이 생깁니다. 특히 말뚝기초는 말뚝머리에 큰 휨이 걸립니다(말뚝기초의 수평력 문제).

지중보의 내진 역할
  · 기초 간 상대 수평변위 구속
  · 말뚝머리 모멘트 분담
  · 기초 회전 구속 → 기둥 하단 조건을 고정에 가깝게

내진 규정에서 일정 지진구역·지반조건 이상이면 기초 간 연결(지중보 또는 슬래브)을 요구하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축력의 일정 비율을 수평 인장·압축력으로 잡아 지중보를 설계하는 방식이 쓰입니다.

배근의 특징 — 상하 대칭이 원칙

지중보는 일반 보와 배근 사고방식이 다릅니다.

일반 보    하중 방향이 정해짐 → 정모멘트 하부, 부모멘트 상부

지중보     모멘트 부호가 불확정
           · 침하가 어느 쪽에서 클지 모름
           · 지진은 양방향
           · 지반반력의 분포도 불확실
           → 상하 대칭 배근이 원칙

그 외 상세 포인트:

· 스터럽 전 구간 배치 — 전단력 분포가 불확실
· 기둥·기초와의 접합부 정착 확실히 ([정착길이] 확보)
· 피복 80mm (흙에 접하여 친 콘크리트) → 유효깊이 감소를 반영
· 상부 벽하중이 있으면 그 하중으로 별도 휨 검토

피복 80mm가 은근히 큽니다 — 700mm 춤에서 상하 80씩 빠지면 유효깊이가 크게 줄어, 같은 단면이라도 지상 보보다 불리합니다. 피복두께 기준의 흙 접촉 조건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지중보를 넣지 않는 선택

항상 좋은 것은 아닙니다.

불리해지는 경우
  · 부등침하가 크게 예상되는 지반 → 구속 단면력이 감당 불가
  · 지반이 매우 양호하고 기둥 모멘트가 작음 → 불필요한 물량
  · 지중보 자체가 침하하는 연약층 위 → 오히려 하중이 됨
  · 굴착·되메우기 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배치

세 번째가 함정입니다. 지중보 아래 지반이 침하하면 지중보가 흙에 매달리는 형태가 되어, 설계에 없던 하중을 받습니다. 이런 지반에서는 지중보 하부에 완충층(스티로폼 등)을 두거나 지중보를 생략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틀리는 지점

지중보를 “일단 넣는” 관행으로 처리하는 경우

넣는 순간 구속이 생기고 단면력이 발생합니다. 목적(①~④ 중 무엇)을 정하고 그에 맞는 단면·배근을 정해야 합니다.

침하 구속 효과만 보고 단면력을 계산하지 않는 경우

예제에서 침하차 15mm가 715 kN·m를 만들었습니다. 구속 효과를 기대한다면 그 반작용도 설계해야 합니다.

상하 대칭 배근을 하지 않는 경우

모멘트 부호가 불확정한 부재인데 일반 보처럼 배근하면, 예상과 반대 부호가 걸릴 때 인장측에 철근이 없습니다.

피복 80mm를 반영하지 않는 경우

지상 보와 같은 유효깊이로 계산하면 실제보다 강도를 과대평가합니다.

기둥-지중보 접합부 정착을 소홀히 하는 경우

지중보의 역할(모멘트 분담·수평력 전달)이 전부 접합부를 지납니다. 강구조 접합부에서 다룬 “해석이 기대한 힘을 접합부가 실현해야 한다”가 RC에서도 같습니다.

지중보를 온통기초 대용으로 쓰려는 경우

지중보는 선(線) 부재이고 온통기초는 면(面) 부재입니다. 지지력이 부족한 지반에서 지중보로 면적을 벌 수는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지중보와 줄기초는 다른가요?

줄기초는 벽이나 기둥열의 하중을 지반에 전달하는 기초이고, 지중보는 기초들을 연결하는 보입니다. 형태가 비슷해 혼용되지만, 줄기초는 지반반력을 받고 지중보는 원칙적으로 지반에 하중을 전달하지 않습니다(하부 완충층을 두기도 하는 이유).

지중보 대신 1층 바닥 슬래브로 묶어도 되나요?

기초 상단에 슬래브가 강접되어 있으면 수평 구속 역할을 상당 부분 합니다. 다만 슬래브는 휨 강성이 작아 모멘트 분담(②)에는 지중보만 못합니다. 내진 규정에서 “지중보 또는 그에 상당하는 슬래브”를 인정하는 것은 주로 ③의 관점입니다.

말뚝기초에도 지중보가 필요한가요?

오히려 더 필요합니다. 말뚝머리 수평력·모멘트를 분담하고, 말뚝캡이 회전하는 것을 막습니다. 내진 설계에서 말뚝기초의 지중보는 사실상 필수로 다뤄집니다.

지중보 춤은 어떻게 잡나요?

경간의 1/10~1/15 정도에서 출발해 요구 강성·강도로 조정하는 것이 통례입니다. 다만 지중보는 처짐이 문제되는 부재가 아니므로, 최소두께 규정보다는 요구 단면력과 시공성(굴착 깊이)이 치수를 정합니다.

지중보 상부에 흙을 되메우면 그 하중은?

지중보 자체는 그 흙을 지지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상부에 슬래브나 벽이 얹히면 그 하중은 받습니다. 되메움토가 지중보 위에 직접 얹히는 배치라면 그 무게도 하중입니다 — 배치 상세를 보고 판단합니다.

정리

  • 지중보는 네 가지를 합니다 — 부등침하 구속, 기둥 모멘트 분담, 수평력 구속, 상부 하중 지지.
  • 묶으면 힘이 생깁니다. 침하차 15mm가 715 kN·m를 만들었습니다. 강성을 키울수록 구속 단면력도 커지는 딜레마.
  • 침하는 기초 형식으로 잡고, 지중보는 잔여분 완화 역할로 두는 것이 실무의 답입니다.
  • 가장 확실한 값어치는 기둥 하단 모멘트 분담 — 특히 외곽 기초의 편심을 크게 줄입니다.
  • 모멘트 부호가 불확정하므로 상하 대칭 배근 + 전 구간 스터럽이 원칙입니다.
  • 피복 80mm가 유효깊이를 갉아먹습니다. 지상 보와 같이 계산하면 안 됩니다.
  • 지반이 나쁘면 오히려 넣지 않는 판단도 있습니다.

기초 형식은 독립기초 지지력 검토와 말뚝기초 개요, 침하와 각변위는 지반 침하 계산, 강제변형이 응력이 되는 원리는 부정정 구조, 강성비 분담은 모멘트분배법에 정리해 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