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말뚝기초 개요 — 언제 직접기초를 포기하는가

말뚝을 쓸지 말지는 대개 지반조사 보고서를 받은 다음 날 결정됩니다. 그런데 “지반이 안 좋으니 말뚝”이라는 말은 판단이 아닙니다. 얼마나 안 좋아야 말뚝인지가 있어야 합니다.

기준은 숫자로 만들 수 있습니다.

직접기초를 포기하는 세 가지 신호

1. 기초가 서로 닿는다        →  면적 문제
2. 침하가 허용치를 넘는다     →  변형 문제
3. 지지층이 너무 깊다         →  굴착 문제

셋 중 하나만 걸려도 검토 대상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먼저 드러나는 것은 1번입니다.

면적비로 판단하기

기둥 하나가 분담하는 바닥면적과, 그 기둥을 받치는 기초의 면적을 비교합니다.

기둥 간격 6 × 6 m   →  분담면적 36 m²
축력 P = 3,000 kN (사용하중)

허용지지력을 바꿔가며 소요 면적을 보겠습니다.

qa 소요 면적 기초 크기 분담면적 대비
300 kPa 10.0 m² 3.2 × 3.2 28%
200 kPa 15.0 m² 3.9 × 3.9 42%
150 kPa 20.0 m² 4.5 × 4.5 56%
100 kPa 30.0 m² 5.5 × 5.5 83%

기둥 간격이 6m인데 기초 한 변이 5.5m면 기초 사이가 0.5m입니다. 거푸집을 세울 자리도 애매하고, 실질적으로는 바닥 전체가 콘크리트입니다.

면적비 판단 기준 (개략)

  ~ 30%   독립기초로 무난
30 ~ 50%  독립기초 가능, 줄기초·복합기초 검토
50 ~ 70%  온통기초 비교 검토
  70% ~   온통기초 또는 말뚝기초

면적비가 50%를 넘어가면 독립기초를 계속 키우는 것보다 온통기초가 유리해지는 구간에 들어섭니다. 개별 기초를 여러 개 만드는 비용이 한 장을 치는 비용에 근접하기 때문입니다.

온통기초로도 지지력이나 침하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때 말뚝입니다. 순서를 건너뛰고 바로 말뚝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온통기초 검토를 한 번은 거치는 게 맞습니다.

침하는 별도 항목입니다

지지력이 나와도 침하가 안 나올 수 있습니다. 특히 점성토는 압밀침하가 오래 걸리고 크게 발생합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총침하보다 부등침하입니다. 건물이 통째로 20mm 내려앉는 것과, 한쪽이 5mm 다른 쪽이 20mm 내려앉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후자는 구조체에 부가 응력을 만듭니다.

말뚝 지지력은 두 개의 합입니다

        ↓ P
     ═══╤═══
        │ ←─ 주면마찰력 Qs
        │ ←─
        │ ←─
        │
     ───┴───
        ↑ 선단지지력 Qp

Qu = Qp + Qs
Qa = Qu / FS      (FS는 보통 3)

어느 쪽이 주력이냐에 따라 이름이 갈립니다.

구분 주 저항 특징
지지말뚝 선단지지력 단단한 지지층까지 도달. 침하 작음
마찰말뚝 주면마찰력 지지층이 너무 깊을 때. 침하 큼

지지말뚝이 선호되지만 지지층이 30m, 40m로 깊으면 선택지가 아닙니다. 그때 마찰말뚝으로 갑니다.

계산으로 산정한 지지력은 어디까지나 추정값입니다. 최종 확인은 재하시험입니다. 정재하시험이나 동재하시험 결과가 설계값과 다르면 본수를 조정합니다. 설계 단계의 지지력은 재하시험 전까지 잠정값이라고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본수 산정과 배치

P = 3,000 kN (사용하중)
PHC 파일 D500, 허용지지력 750 kN/본

축력만 있는 경우

소요 본수 = 3,000 / 750 = 4.0  →  4본

배치할 때 최소 간격이 있습니다.

말뚝 중심 간격 ≥ 2.5D = 2.5 × 500 = 1,250 mm

   ●───1,250───●
   │           │
 1,250       1,250
   │           │
   ●───────────●

캡 크기 = 1,250 + 2 × 500 = 2,250  →  2.3 × 2.3 m

간격을 좁히면 무리말뚝 효과로 실제 지지력이 개별 말뚝 합보다 작아집니다. 말뚝 주변 지반의 응력구가 서로 겹치기 때문입니다.

편심이 들어오면

기둥에서 모멘트가 함께 내려옵니다. 말뚝 반력이 균등하지 않게 됩니다.

R = P/n ± M·x / Σx²

M = 300 kN·m로 4본 배치를 검토합니다.

말뚝 위치 x = ±0.625 m
Σx² = 4 × 0.625² = 1.5625

R max = 3,000/4 + 300 × 0.625 / 1.5625
      = 750 + 120
      = 870 kN   >  750 kN   ✕

축력만 보면 딱 맞았던 4본이 모멘트 하나로 부족해집니다. 6본으로 늘려 봅니다.

3열 배치, 열 간격 1,500 mm  →  x = −1.5, 0, +1.5
Σx² = 4 × 1.5² = 9.0

R max = 3,000/6 + 300 × 1.5 / 9.0
      = 500 + 50
      = 550 kN   <  750 kN   ○
4본 6본
평균 반력 750 kN 500 kN
편심 증분 +120 kN +50 kN
최대 반력 870 kN ✕ 550 kN ○

본수를 늘리면 평균 반력만 주는 게 아니라 Σx²가 커져 편심 증분도 함께 줄어듭니다. 두 효과가 겹쳐 4본에서 6본으로 가는 순간 여유가 크게 생깁니다.

독립기초에서 모멘트 때문에 기초 면적이 62% 늘었던 것과 같은 구조입니다. 편심은 어느 기초 형식에서든 비싸게 계산됩니다.

부마찰력 — 마찰이 하중이 되는 경우

말뚝기초에서 가장 놓치기 쉬운 항목입니다.

주면마찰력은 보통 저항입니다. 말뚝이 아래로 내려가려 하고 흙이 붙잡습니다. 그런데 흙이 말뚝보다 더 많이 내려가면 방향이 뒤집힙니다.

[정상]                  [부마찰]

  ↓ 말뚝 침하            흙이 압밀침하 ↓↓
  ↑ 흙이 저항             말뚝은 지지층에 고정
                          흙이 말뚝을 끌어내림 ↓

  마찰 = 저항            마찰 = 하중

연약층이 압밀침하하는 지반에 지지말뚝을 박으면 이 현상이 생깁니다. 성토를 새로 했거나 지하수위가 내려간 현장이 대표적입니다.

연약층 두께 10 m
말뚝 D500  →  둘레 = π × 0.5 = 1.571 m
단위 부마찰력 20 kPa

Qneg = 1.571 × 10 × 20 = 314 kN

이 값을 반영하면 이렇게 됩니다.

말뚝 1본이 실제로 쓸 수 있는 지지력
= 750 − 314 = 436 kN        (42% 감소)

소요 본수 = 3,000 / 436 = 6.9  →  8본

4본이 8본이 됩니다. 부마찰력을 검토하지 않으면 절반의 말뚝으로 설계하는 셈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부마찰력은 지지력을 깎는 것이 아니라 하중 쪽에 더해지는 항목입니다. 계산 결과는 같지만 개념은 다릅니다. 말뚝 본체의 축력이 그만큼 커진다는 뜻이라, 말뚝 재료 검토에도 반영됩니다.

부마찰이 예상되면 이런 대책을 씁니다.

· 말뚝 표면에 역청 도포 (마찰 저감)
· 이중관 사용
· 선행재하로 압밀을 미리 끝냄
· 본수를 늘려 흡수

무리말뚝 효과

말뚝을 여러 개 박으면 무리 전체의 지지력이 개별 말뚝 지지력의 합보다 작아질 수 있습니다.

효율 = 무리말뚝 지지력 / (개별 지지력 × 본수)

간격이 넓으면 효율이 1에 가깝고, 좁으면 떨어집니다. 최소 간격 2.5D는 이 효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값입니다.

침하는 더 민감합니다. 무리말뚝의 침하는 개별 말뚝 침하보다 큽니다. 응력이 미치는 깊이가 무리 전체 폭에 비례해 깊어지기 때문입니다. 말뚝 하나가 5mm 침하한다고 해서 16본 무리도 5mm는 아닙니다.

실무에서 자주 틀리는 지점

부마찰력을 검토하지 않는 경우

앞의 예제에서 본수가 두 배로 갈립니다. 성토 이력이나 지하수위 변동이 있는 현장인지 지반조사 보고서에서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재하시험 결과를 설계에 반영하지 않는 경우

시험은 했는데 설계값과 다른 결과가 나왔고, 이미 시공이 시작되어 그냥 진행하는 경우입니다. 시험은 확인 절차이지 형식 절차가 아닙니다.

말뚝 간격을 캡 크기에 맞춰 줄이는 경우

캡이 커지면 굴착과 콘크리트가 늘어나니 간격을 좁히고 싶어집니다. 2.5D는 하한이고, 여기서 더 줄이면 무리말뚝 효율과 침하가 함께 나빠집니다.

편심을 나중에 반영하는 경우

축력으로 본수를 정하고 나서 모멘트를 확인하면 앞의 예제처럼 배치를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합니다. 본수와 배치는 같이 결정되는 항목입니다.

수평력을 잊는 경우

말뚝은 연직하중만 받지 않습니다. 풍하중과 지진하중에 의한 수평력이 말뚝머리에 휨을 만듭니다. 특히 말뚝머리를 캡에 강결하면 큰 모멘트가 생깁니다. 수평 지지력과 말뚝 본체 휨 검토가 별도로 필요합니다.

온통기초 검토를 건너뛰는 경우

면적비가 60% 정도인데 곧바로 말뚝으로 가면 비용이 과합니다. 온통기초는 하중을 평균화해 부등침하에도 유리한 형식입니다. 한 단계를 거치는 것이 순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PHC 말뚝과 강관 말뚝은 어떻게 고르나요?

PHC는 경제적이고 시공 실적이 많아 일반적인 선택입니다. 강관은 지지력이 크고 수평 저항과 이음 처리가 유리하며, 지반이 단단해 관입이 어렵거나 수평력이 큰 경우에 씁니다. 현장타설말뚝은 대구경이 필요하거나 소음·진동 제약이 클 때 검토합니다.

지지력을 계산으로만 정하면 안 되나요?

지지력 산정식은 지반정수 추정에 크게 의존합니다. 같은 지반에서도 어떤 식을 쓰느냐에 따라 값이 상당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재하시험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들어갑니다. 설계 단계 계산값은 본수와 규격을 잡기 위한 출발점입니다.

부마찰력은 말뚝 전체 길이에 작용하나요?

아닙니다. 흙이 말뚝보다 많이 내려가는 구간에만 작용합니다. 흙 침하와 말뚝 침하가 같아지는 깊이를 중립점이라 하고, 그 위쪽이 부마찰 구간, 아래쪽이 정상적인 저항 구간입니다. 중립점 위치는 지층 구성과 말뚝 강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마찰말뚝은 침하가 큰데 왜 쓰나요?

지지층이 40m, 50m 아래에 있으면 지지말뚝이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침하를 허용치 안으로 관리하는 설계를 합니다. 총침하보다 부등침하를 잡는 것이 핵심입니다.

말뚝캡 두께는 어떻게 정하나요?

독립기초와 같은 논리입니다. 펀칭 전단이 지배하는 경우가 많고, 여기에 말뚝 한 본에 대한 국부 펀칭도 함께 봅니다. 캡은 말뚝 반력을 기둥으로 모으는 부재이므로 두껍고 강성이 큰 편이 유리합니다. 검토 순서는 독립기초 지지력 검토를 참고하세요.

정리

  • 직접기초를 포기하는 신호는 세 가지입니다. 기초가 겹칠 때, 침하가 넘칠 때, 지지층이 깊을 때.
  • 면적비로 판단하세요. 기초 면적이 기둥 분담면적의 50%를 넘어가면 온통기초 비교 구간입니다.
  • 말뚝으로 바로 가지 말고 온통기초를 한 번 거치세요.
  • 말뚝 지지력은 선단 + 주면입니다. 계산값은 출발점이고 최종 확인은 재하시험입니다.
  • 편심은 본수를 바꿉니다. 예제에서 M = 300 kN·m로 4본이 6본이 됐습니다.
  • 부마찰력은 마찰이 하중으로 뒤집히는 현상입니다. 예제에서 지지력이 42% 줄어 본수가 두 배가 됐습니다.

지지력 개념과 접지압 검토는 독립기초 지지력 검토에, 수평력의 산정은 풍하중 계산의 기초와 지진하중과 내진설계 개요에 정리해 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