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량
교량 형식 선정 — 지간이 형식을 정합니다
교량 계획에서 가장 먼저 정해지는 것은 형식이 아니라 지간입니다. 하부 조건 — 하천 통수단면, 도로 건널목, 지장물 — 이 교각을 세울 수 있는 자리를 정하고, 그 결과로 지간이 나옵니다.
그리고 지간이 정해지면 형식은 절반쯤 정해진 것입니다.
왜 지간이 형식을 정하는가 — 자중의 벽
단순한 계산 하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콘크리트 슬래브교의 두께는 대략 지간에 비례합니다.
슬래브 두께 h ≈ L / 20 (연속교 기준 개략)
자중 wd = 24h = 1.2 L (kN/m², L은 m)
폭 1m 띠의 지간 중앙 모멘트를 자중과 활하중으로 나눠 보면 이렇게 됩니다.
| 지간 | 두께 | 자중 | 자중 모멘트 | 활하중 모멘트* | 자중 비율 |
|---|---|---|---|---|---|
| 10 m | 0.5 m | 12 kN/m² | 150 | 160 | 48% |
| 20 m | 1.0 m | 24 | 1,200 | 640 | 65% |
| 30 m | 1.5 m | 36 | 4,050 | 1,440 | 74% |
| 40 m | 2.0 m | 48 | 9,600 | 2,560 | 79% |
*활하중은 등가 12.8 kN/m²로 단순화한 개략값
자중 모멘트는 지간의 세제곱에 비례합니다. 두께가 L에 비례하고 모멘트가 wL²이니까요. 활하중 모멘트는 L²에 비례할 뿐입니다.
지간 40m에서 구조가 하는 일의 80%가 자기 몸무게를 드는 것입니다. 여기서 결론이 나옵니다.
지간이 길어질수록
→ 자중을 줄이는 형식(강재·박스·트러스)이 유리해지고
→ 자중을 이기는 기술(프리스트레스)이 필수가 된다
교량 형식의 역사가 이 한 줄의 역사입니다.
형식별 적용 지간
| 형식 | 적용 지간 (개략) | 특징 |
|---|---|---|
| RC 슬래브교 | ~ 12 m | 가장 단순, 형고 최소 |
| RC 중공슬래브교 | 10 ~ 20 m | 속을 비워 자중 절감 |
| PSC 거더교 (I형) | 20 ~ 35 m | 중지간의 표준 |
| PSC 거더교 (개량형) | 30 ~ 50 m | 단면 효율화로 지간 확장 |
| 강합성 거더교 | 30 ~ 60 m | 자중 가벼움, 형고 유리 |
| PSC 박스거더교 | 40 ~ 150 m | FCM 등 장지간 가설 |
| 강박스거더교 | 40 ~ 100 m | 곡선교에 유리 |
| 아치교 | 60 ~ 300 m | 지형 조건 필요 |
| 사장교 | 200 ~ 1,000 m | 장대교 |
| 현수교 | 500 m ~ | 최장대교 |
경계는 칼같지 않습니다. 겹치는 구간에서는 다른 조건들이 승부를 정합니다.
지간 다음의 세 가지 질문
1. 형하공간이 얼마나 있는가
형고비 = 거더 높이 / 지간
| 형식 | 형고비 (개략) |
|---|---|
| 강합성 거더 | 1/18 ~ 1/25 |
| PSC 박스 | 1/17 ~ 1/20 |
| PSC I형 거더 | 1/15 ~ 1/18 |
| RC 슬래브 | 1/20 ~ 1/25 |
도로 위를 건너는 교량은 아래 도로의 통과높이가 정해져 있습니다. 계획고에서 통과높이를 빼면 거더에 허용된 높이가 나오고, 이게 형식을 잘라냅니다.
지간 40 m, 허용 형고 1.8 m인 경우
PSC I형 40/16 = 2.5 m ✕
PSC 박스 40/18 = 2.2 m ✕
강합성 40/22 = 1.8 m ○ ← 형하공간이 형식을 정했다
지간으로는 셋 다 가능했는데 형고가 강합성만 남겼습니다. 도심지 고가교에서 강교가 많은 이유가 이것입니다.
2. 아래에서 작업할 수 있는가
가설 방법이 형식과 묶여 있습니다.
동바리 설치 가능 → 현장타설 (FSM). 형식 자유
크레인 진입 가능 → 프리캐스트 거더 인양 가설
둘 다 불가 → 압출(ILM), 캔틸레버(FCM), 이동지보(MSS)
하천 위, 운행 중인 도로·철도 위, 깊은 계곡에서는 아래를 쓸 수 없습니다. 이때는 가설공법이 먼저 정해지고 형식이 따라갑니다. FCM을 쓰기로 하면 단면은 사실상 박스거더입니다.
3. 곡선인가
평면 곡선이 크면 거더에 비틀림이 걸립니다. 비틀림 설계에서 다뤘듯 폐단면이 개단면보다 비틀림에 압도적으로 강합니다.
곡선교 → 박스 단면 (강박스·PSC 박스)
직선교 → I형 거더로 충분
램프교가 대부분 강박스인 이유입니다.
경제성 — 최소가 아니라 균형
공사비는 상부공만이 아닙니다.
총공사비 = 상부공 + 하부공(교각·기초) + 가설비
지간을 늘리면 상부공 ↑ 하부공 ↓ (교각 수 감소)
지간을 줄이면 상부공 ↓ 하부공 ↑
하부 조건이 좋으면(얕은 양질 지반) 교각이 싸니 지간을 짧게 끊는 것이 유리하고, 하부가 비싸면(깊은 연약지반, 하천 내 기초) 지간을 늘려 교각 수를 줄이는 것이 유리합니다. 말뚝기초 개요에서 다룬 기초 조건이 여기서 상부 형식까지 거슬러 올라옵니다.
최적 지간은 상부공과 하부공의 합이 최소가 되는 지점이고, 대략 교각 1기 비용과 그 교각이 절약시키는 상부공 비용이 같아지는 곳입니다.
선정 순서 정리
1. 하부 조건 → 교각 위치 가능 범위 → 지간 결정
2. 지간 → 형식 후보군 (표에서 2~4개)
3. 형하공간 → 형고비로 후보 탈락
4. 가설 조건 → 공법이 형식을 제약
5. 평면 선형 → 곡선이면 박스로
6. 경제성 비교 → 후보 2~3개 개략 설계 후 비교
7. 유지관리·경관·공기 → 최종 결정
1~5까지 오면 후보가 한두 개로 좁혀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6에서 비교설계를 하고, 7은 발주처 판단이 크게 작용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틀리는 지점
형식을 먼저 정하고 지간을 맞추는 경우
익숙한 형식을 먼저 정해놓고 교각을 배치하면 하부 조건과 충돌합니다. 순서는 하부 → 지간 → 형식입니다.
형고 검토를 개략 단계에서 빠뜨리는 경우
기본설계 끝나고 형고가 안 나오면 형식 변경입니다. 계획고·통과높이·형고비는 첫 단계에서 확인할 항목입니다.
가설 중 단계를 검토하지 않는 경우
FCM은 캔틸레버 상태, ILM은 압출 선단이 최대 응력 상태입니다. 완성계보다 시공 중이 불리한 경우가 흔합니다. 합성보와 거푸집 존치기간에서 반복된 그 명제가 교량에서는 더 극적으로 나타납니다.
경간 분할을 등분으로만 하는 경우
연속교는 내측 경간을 외측보다 길게(대략 1 : 1.2 ~ 1.3) 잡아야 모멘트가 균형됩니다. 등경간으로 하면 외측 경간 정모멘트가 상대적으로 커지고 단부 부반력 위험도 생깁니다.
유지관리를 고려하지 않는 경우
강교는 도장을 다시 해야 하고, 받침과 신축이음은 교체 주기가 있습니다. 초기 공사비만 비교하면 생애주기 비용에서 역전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왜 중지간에서 PSC 거더가 표준이 됐나요?
공장 제작으로 품질이 안정적이고, 표준화된 단면과 가설 장비가 있어 공기와 비용이 예측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20~35m 구간에서 경제성으로 이기기가 어렵습니다. 원리는 PSC 기초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강교와 PSC는 어떻게 가르나요?
겹치는 지간에서는 형고(강교 유리), 자중과 기초 조건(강교 유리), 초기 공사비(대체로 PSC 유리), 유지관리(PSC 유리), 공기(강교 유리)를 놓고 비교합니다. 곡선이 크면 강박스 쪽으로 기웁니다.
사장교와 현수교는 뭐가 다른가요?
케이블이 힘을 전달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사장교는 주탑에서 뻗은 케이블이 거더를 직접 당기고, 현수교는 주케이블이 늘어져 있고 행어가 거더를 매답니다. 사장교는 거더에 큰 축압축이 생기고, 현수교는 주케이블을 정착할 거대한 앵커리지가 필요합니다.
라멘교는 언제 쓰나요?
거더와 교대·교각을 강결한 형식입니다. 받침과 신축이음이 없어 유지관리가 유리해 소지간 지하차도·수로암거 등에 널리 씁니다. 대신 온도·수축에 의한 힘이 구조 전체에 갇히므로 지간이 길어지면 불리해집니다.
지간장과 경간장은 같은 말인가요?
실무에서 혼용되지만, 지점 중심 간 거리(지간·경간)와 순간격(교각 전면 사이)을 구분해야 하는 상황이 있습니다. 통수단면 검토는 순간격, 구조 계산은 지점 간 거리 기준입니다.
정리
- 순서는 하부 조건 → 지간 → 형식입니다. 형식이 먼저가 아닙니다.
- 자중 모멘트는 지간의 세제곱에 비례합니다. 지간 40m면 일의 80%가 제 몸무게 들기입니다.
- 그래서 장지간일수록 경량화(강재)와 프리스트레스가 필수가 됩니다.
- 지간으로 후보를 좁히고, 형하공간·가설 조건·곡선 여부가 후보를 잘라냅니다.
- 곡선교는 박스입니다. 비틀림 때문입니다.
- 경제성은 상부공 최소가 아니라 상부공 + 하부공의 합이 기준입니다.
- 가설 중 단계 검토를 빼먹지 마세요. 완성계보다 불리한 경우가 흔합니다.
PSC의 원리는 PSC 기초에, 곡선과 비틀림은 비틀림 설계에, 기초 형식은 말뚝기초 개요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다음 글에서 중지간의 표준인 PSC 거더교를 자세히 다룹니다.